붓과 귀
전문 바로가기 2019년, 대학원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나서 쓴 글이다. 시작은 오로지 도입부만 믿고 한 거였다. 7월 17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여름에 나는 가로수에 걸린 태극기를 따라 다시 서울로 왔다. 내가 가지고 온 것은 전세 보증금과 옷, 그리고 책 두 권이 전부였다. 혼자 살기에 넓었던 집은 모든 것이 옵션이라 가지고 나올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살면서 이것저것 챙겨 살지 않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심했다는 건 짐을 빼면서 알게 되었다. 상경하는 입장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반대가 되는 지역을 그려야 했다. 나는 내가 가봤던 곳 중에서, 차로 가기에 가장 힘들었던 '순천'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공간적으로는 '서울↔순천'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서울에서는..
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