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을 제대로 안 한지 한 5년은 된 것 같다. 지난 5년동안 게임은 열심히 했지만, 그게 또 연예인 덕질하는 거랑은 결이 달라서 어디 공개하기에도 애매하고 또 부모님 잔소리도 조금 있고…. 실제로 브런치 스토리에 <안녕? 질병코드 F313>을 연재하면서도 게임과 관련해서 부모님과의 충돌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다.
싱어게인을 보고 우연히 만나게 된 홍이삭. 근데 알고보니 나는 거대한 홍이삭 유니버스에서 살고 있었다. 너목보 신혜성 편이나, 탑건 영상 등 내가 그동안 크고 작게 놀았던 부분과 홍이삭은 많이 맞닿아 있었다. (실제로 친구가 홍이삭 유니버스에서 살다가 이제 현실 자각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웃었음)
그러다보니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5년동안 경험치는 상당 수준으로 쌓였고, 홍이삭은 이제 막 1만명이 넘은 팬덤을 갖게 되었으며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3만명 이상이 필요하기는 하다) 최근에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하고는 아프리카로 쉴 겸 여행을 떠나버렸고, 남겨진 나는 신곡과 생일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게 되었다.
그러면 몇 가지 생각나고, 또 했던 서포트들이 생각난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렇게 되면 카페 운영진분들께 매일같이 뭔가를 구상해서 쪽지를 보낸다. 안그래도 바쁘신 분들인데, 이것저것 내가 보내는 게 보탬이라고는 하나도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을 무작정 불특정 다수가 있는 카페에 뿌리기 전에 쪽지를 보내는 건 내 마지막 브레이크(?)랄까.
이러다보면 쓰는 돈 단위가 커진다. 대관료 40만원, 뭐 15만원, 이래저래 다 하면 100만원…. 기간 대비 버는 돈에 비해서 많이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영 없지는 않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말했다.
"선생님, 제가 최근에 아무래도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덕질을 오랜만에 하거든요."
"누구 덕질하시는 데요?"
"홍이삭이라고…."
"아, 그 친구 슈퍼밴드할 때 봤죠. 그래서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데요? 덕질 스케줄이요."
나는 그러면 나의 청사진을 말한다. 그리고 주변의 반응을 말하고, 다시 선생님의 반응을 살핀다. 선생님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묻는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일상에 지장을 주나요?"
답은 "아니요"이다. 전혀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나는 지독한 계획형이라서 (ENTJ가 이렇다고 하는데 가끔 MBTI맹신론자가 될까봐 걱정된다) 일상에 지장이 가도록 무언가를 하는 일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었다.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비난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하는 덕질의 강도는 현실 생활의 반작용이라는 것. 내가 심하게 덕질을 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면, 현실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누군가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내 일상에 지장을 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건 정말 반작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홍이삭이라는 반작용을 얻었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홍이삭을 반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이미지 출처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