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일이 쉽지는 않다. 특히 이미 오랫동안 그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최근에는 가수 홍이삭 님의 블로그 독파(바로가기)를 위해서 애쓰는 중인데, 2018년까지 역주행을 하다보니 새 글이 뜨고, 역주행을 하다보니 새 글이 뜨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되돌아가는게 쉽지 않아 조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조바심이 난다고 해서 또 그렇게 달리다보면 탈력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조금 더 운이 좋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내가 내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나의 페이스 조절을 도와줄 친구가 있다. 친구는 같이 덕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옆에서 제법 꼼꼼하게 챙겨봐준다.
오늘의 일기는 무엇을 써야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정확히는 2024.02.10.의 일기이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또 좋은 이야기라도 해도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내 자랑, 상대 자랑, 결국에 좋은 이야기. 다 좋지만 그래도 남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발자취를 따라 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내 가수가 지금 A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나는 그것보다 더한 속도로 달려야만 놓쳤던 과거를 따라갈 수 있다. 꼭 누군가가 따라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되짚어야하는 것도 아니다. 많이 알고 있거나, 자주 만나거나,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더 좋은 팬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따라가고자 하는 것은 그냥 나의 단순한 욕심이다. 그래서 속도를 조금 더 내고 있다. 몰입해야할 포인트를 조금 옆으로 비껴가서 선생님께선 안타까워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다 이후의 몰입을 위해서는 지금의 나는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힘을 쏟고, 감정을 내비쳐야 할 때가 아닌가 혼자 합리화해보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게 바로 시간과 힘이다. 힘은 없는 것을 짜내면 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문제가 된다. 시간을 짜내려고 애를 쓰다보면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자고 혼자 앉아서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어땠더라, 오늘 나는 뭘 봤더라, 그걸 봤더니 어땠더라.
결국 나는 내 이야기를 복기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잠시 멈춰두고, 내 가수가 하는 이야기의 감상을 복기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발자취를 좇는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웃으면서 그냥 말하더라. 이번에는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이다. 가치관이 형성된 이후에 많은 취향들 - 심지어 글을 쓰는 포인트까지 - 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내가 몇 년은 갈 것 같다고 한다.
내 생활에서 잠을 중시하던 가족들은 내 잠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내 가수에게 할애하는 일부의 시간은 양보를 한다. 최소한의 잠만 챙긴다면 이 정도의 무리는 괜찮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두고 따라가기에 벅찬 이 순간에도, 조금은 변하고 있구나.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쯤이면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조금 더 성의껏 쓰고 싶은데 마무리는 항상 이렇게 끝난다.
이 말에서 벗어나는 날이면 내 표현도 조금은 더 나아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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