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현 가야금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원래 12현은 학교 수행평가로 접해서 조금 할 줄 알았는데, 12현으로는 현대곡 연주에 한계가 있어서 내내 25현에 눈독만 들이다가 25현 가야금을 배우기로 했다.
악기를 바로 살 돈은 없어서 일단 대여로 했다. 대여는 한달에 8만원이고, 장기 대여는 가능한데 나중에 내가 악기를 구매하는 게 가능한지까지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나중에 가야금 사주는 사람 있으면 결혼할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의 가격이라서 그럴지도…(아르바이트 하나 하게 됐는데, 그 돈 모아서 살까 싶기도 하고)
지금은 애니메이션 OST를 연습중인데 <시대를 초월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정말로……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판이다. 겨우 전반부를 익혔는데, 빨리 후반부를 익히고 다른 곡으로 넘어가야한다.
지금 목표 곡은 <홍이삭-I LOVE YOU>이다. 다행히 악보를 보니까 음역대가 25현 가야금이 수습 가능한 정도이다. 다만 기교가 많이 필요한 곡이라서 아마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다른 분들이 올리셨을지도…(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제발 저를 위해 참아주세요)
이유는 딱 하나다. 개강.
개강을 하고 나면 진심전력을 다해서 소설을 쓰기로 약속을 단단히 해 둔 상태이다. 칼을 뽑았으니 대단한 나무에 생채기라도 내야하는 판이다. 무를 써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그 전에 가야금을 최대한 익혀놓으려고 한다.
사실 전에는 글 쓰는 일이 취미였다. 그런데 대학원을 들어가고 나니까, 이게 취미가 아니라 해결해야하는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리고 그 해결은 꼭 땅따먹기 같다.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해 나가는 속도에서 벗어나서 더 많은 땅을 빨리 먹어야 한다. 웃긴 건, 할당된 땅은 개인의 것이라서 또 경쟁 구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쨌든 빨리 땅따먹기를 해야, 그 땅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든 노래를 부르든 집을 짓든 할 것 같아서 최대한 매진하려고 한다. 그 매진을 위해서는 취미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
누가 취미는 설렁설렁 해도 된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취미야 말로 진심전력을 다해서 빨리 늘어야만 재미가 있다.
일단 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빨리 배우는 편이라고 하니까 재미는 붙은 상태이다. 과연 얼마나 더 빨리 늘지는 모르겠는데, 플룻을 안 한 지 너무 오래 돼서 음감이 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 같기는 하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려서 얼마나 늘어가나 조금씩 보는 중인데, 어찌된 것이 어제 했던 영상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빨리 해야지. 빨리 해서 가야금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이것은 취미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내일 오후 일정이니까 오전에는 아마 내내 가야금 붙들고 씨름이나 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