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INAE
걷어 간 것들
일기/일기

누워있다가 갑자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요즘 나를 내내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 "홍이삭" 님 때문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새삼스럽게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막 공식 팬카페에도 글을 올리고 오던 참이다. 토스트들은 "To.홍이삭"에 편지를 쓰는데, 의외로 그것의 대부분을 보신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도 덕분에 생각난 게 있으면 쓰곤 한다. 글을 몇 개 뒤져보면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남겨둔다. 바로 글을 쓰거나 OL을 짜기는 부담스럽고, 덕분에 주제는 생각났을 때마다 나도 그 "To.홍이삭"을 종종 이용한다.

 

최근 나는 몰입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무엇이든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 하나에 딱 몰입하려고 노력중인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 덕분에 교수님은 나에게 운동을 권하셨다 - 아무래도 주변 정돈의 문제도 있다. 나는 늘 해야할 것들로 꽉 채워 놓았다.

 

내가 꽉 채워놓은 것들은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함이다. 그것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려고 하는데, 정작 다 정리하고 하나에 몰두하는 것은 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성과가 없을까봐 겁이 나서 그런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겁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의 파생작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그러다보면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나는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영상도 잘 안 본다. 영화를 왜 안 보냐고 하면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드라마를 왜 잘 안 보냐고 하면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덕분에 덕질하는 데도 유투브를 가만히 보는 것은 정말 나에게 인내의 행위이자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득, 오늘 걷어진 것들이 생각났다. 부담감, 의무감, 사명감, 그리고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짐 그 자체. 잠을 잘 시간도 아닌데 누워서 멍하니 있다가 이 글을 쓰고, "To.홍이삭"에도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것들을 하나씩 걷어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노래 한 곡에 짐이 하나 덜어지고, 영상 하나에 움직임이 사라지고, 그렇게 하나씩 걷어내고 나니 생각보다 크게 중요한 것은 없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은 글쓰기와 덕질 정도. 이렇게 조금씩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사실도 뭔가 멋드러지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심사위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쓰는 글보다 몰입해서 쓰는 글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지금 이 순간 정도는 몰입하고 싶어서인걸까.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며칠 상간으로 홍이삭 님을 (심적으로) 가까이 하면서 글을 다시 쓰는 빈도가 늘고, 몰입하는 빈도와 강도가 늘고, 주변의 것을 정리하고 있다.

 

겁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렇다고.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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